xx-12-24-00:00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바닥의 냉기였다. 누운 시야가 흐릿했다. 니노미야는 등 뒤로 묶인 손목을 비틀어 보았다. 얇고 단단한 플라스틱이 살갗을 조여온다. 다리 쪽의 감각은 조금 더 멀고 둔했지만 무릎과 발목도 마찬가지로 케이블 타이로 묶여있는듯 했다. 어깨의 통증이 덜한 것은 약기운이 아직 남아있는 덕분이겠지. 니노미야가 비릿한 ...
아이바는 가이드였다. 목 뒤의 이름은 없었다. 샤워를 할 때면 조금 더 오래 목 뒤를 짚어보곤 한다. 자신의 체온과 흐르는 물줄기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그것은 가끔 바코드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로문자도 가로문자도 아닌 글자였다. 네임의 발현 방식과 읽는 방법은 상당히 다양하고 관련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 정확한 역학관계는 밝혀...
벚꽃소년 "여기서 담배 피웠어?" 국어과 준비실에 들어오자마자 눈썹을 찌푸린 마츠모토가 물었다. 하여간 냄새에는 귀신같았다. 니노미야는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응." "얼씨구. 담배도 피워?" 사쿠라이가 어이없는 목소리로 묻는다. 게임 한 판을 끝낸 니노미야가 담요 위로 조금 몸을 늘어뜨렸다. 여전히 시선은 핸드폰이다. 게임 화면을 내리고...
하반기 계획글에 이어서 두번째 사담글입니다. 아시나요? 저 원래 사담 되게 많은 사람이에요. 제가 그동안 받았던 3차창작 팬아트와 캘리그라피를 자랑하려고요. 트위터의 녹설(@kejbook)님께서 STAT 3편의 문장을 써주셨습니다. 서정적이고 박력있는 감상을 불어넣어 주셔서 감탄했습니다. 엄청 멋지죠. 트위터의 보송(@tlfhd_5)님께서 The sider...
안녕하세요. 노부(nove)입니다. 습하고 더운 날씨네요. 비로소 팬픽의 계절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목대로 책 낸다는 이야기를 드리려고 이렇게 힘없는 멘트로 사담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책 냅니다... 이것이 사실 내용의 전부이므로 자세한 사양(?)이 궁금하신 분들은 페이지 하단의 네모 박스 부분만 읽어주시면 됩니다. 벌써 6개월이나 연재글이 올라오...
사각의 낮 코우에이 고등학교의 등교시간은 8시 30분이다. 아이바는 7시 45분의 교실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교실의 사각에는 아직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염색머리에 피어싱을 걸리지 않으려면 선도부보다 일찍 등교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아이바는 보통 7시 50분이 되기 전에 등교한다. 몇 번은 아예 느지막이 10시쯤 온 적도 있었는데, 그 정도 지각은 사유서를...
너의 새하얀 와이셔츠. 분필이 가루로 번진다. 선생은 달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과학인지 문학인지는 관심이 없다. 교실에서 오로지 중요한 것은 뒷목이다. 니노미야의 뒷목. 이 교실에서 가장 엄청난 발견이었다. 교정에서. 미나토구에서. 아이바의 우주를 통틀어서. 사각사각 샤프심이 미끄러진다. 달의 공전주기는 한 달. 자전주기도 같다. 아이바는 주머니에 손을 찔...
니노미야의 턱에는 눈에 띄는 점이 있다. 그는 예로부터 미인들이 그렇다고 말해지던 대로 얼굴에 점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턱의 점은 얄밉게 올라간 입꼬리와 어울려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아이바는 수염이 조금 올라오기 시작한 그의 턱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입술이 빙긋 웃는다. 아이바는 그 점이 분명히 어떤 징표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짓말의 신, 협잡꾼, 사...
새파란 시간이었다. 남자가 숨을 내쉬었다. 저녁 공기가 하얗게 밀려난다. 날씨는 잠깐 따뜻하더니 며칠 새 기온이 다시 내렸다. 멀리서 바람이 사람들 사이를 흔든다. 와르르 소리가 굴러다녔다. 은식기가 부딪치는 소리, 와인 잔이 춤추는 소리, 턱과 혀가 떠드는 소리. 남자가 서있는 자리에서는 하얀 막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학교 운동장에 거대 천막을 설치해서 ...
190103~190110 트위터에 쓴 글을 다듬었습니다. 아래의 리퀘스트로 쓴 글입니다. (기약없는 리퀘박스) 아 진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아이바가 자전거 체인을 집어던졌다. 망할 고물 자전거. 꼭 이런 날 고장이 난다. 아이바는 습관처럼 머리를 헤집었다가, 손이 검정 기름투성이었다는 것을 곧장 떠올리고 있는 대로 짜증을 섞어 악을 질렀다. 일학년 ...
※엠프렉 주의 연습실 데이트는 금방 끝이었다. 아이바가 아무리 전국민의 달링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대연습실을 하루종일 차지할 수는 없었다. 그는 미련없이 일어섰다. 니노미야가 쓰다듬어 준다면 영원히라도 앉아있을 수 있었지만, 어른인 이상 다른 할 일도 해야했다. 늦었지만 점심도 먹어야 하고. 아이바는 일어선 채로 니노미야의 손을 쥐었다. 작고 부드럽고 어른...
머리부터 아래로 쳐박힌다. 물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숨을 쉬는데는 문제가 없고 등허리도 배기지 않는 걸 보면 매트리스 위이긴 한 것 같지만. 지구가 통채로 니노미야의 머리 쪽으로 쏟아지는 중인 지도 몰랐다. 어쨌든 걔만은 변함없이 일하고 있을 테니까. 별 해괴한 꿈을 꾸면서, 니노미야는 요의에도 불구하고 잠든 상태로 있기를 고집했다. 눈을 뜬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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